자작시

한마음 동산에서

sala 2006. 2. 12. 19:39

한마음 동산에서

                              김은자

한 해를 마감하는 찬바람

마음속까지 허허롭게 하는 날

작은 마음마저 나눌까 하여

방동저수지 둑길 따라

그 한마음 골짜기 찾았네



숲이 끝나는 갈림길에서

한쪽으로 휴양림으로 가는 길

다른 한쪽은 중증뇌성마비와

다양한 지체장애자들의 보호원이

참나무 숲으로 싸여 있었네



서로 둥치를 껴안고

침묵하는 언덕에 올라

휠체어가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장애자를 위한 시설로 이루어진 건물

마음마저 나눌 수 있는 그들만의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가 보니

어느 수녀의 시들이 방안 가득

소망의 향기 폴폴 날리고 있었네


만 10세 이상 아이들과

어른이 되어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되는 그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름답다

4살에 성장이 멈춘 10살 된 친구는

아직도 해피 유아복을 입고 드러누운 채

'나처럼 키 작은 아이 처음 보죠?'

배시시 웃으며 하는 말에

덥석 껴안지 못하고

겨우 머리만을 쓰다듬네  



손잡고 함께 찬양을 불렀던 청년

어린아이처럼 스웨터 단추를 만지네

음정 박자가 틀린

사랑의 송가를 열창하며

행복해 하는 그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사랑에 감사해요' 하는 말이

내 귀바귓만을 돌아나가네

 


장애자로 태어나 버림받을지언정

순결한 향기로 마음 가득 채우고

방문한 우리들에게

'엄마 엄마 가지 마세요

다음에 꼭 또 오세요' 라고 한다



늘 잘났다고 하는 나의 기준

육신은 바르지 못하지만 바로 보고

바로 걷는 그들을 본다

찢기고 멍든 상처로 늘 절망하는

비장애인으로 발자국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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