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검버섯

sala 2006. 2. 12. 19:33




검버섯


金殷子

새 아파트로 이사오던 날
번쩍 번쩍 하던 욕조도
시간이 지날수록
비린 물때로 어울져
실리콘 여기저기
검버섯 피듯 피어난다

비누 거품을 내어
박박 닦아 보지만
검버섯 지워지지 않고 늘어만 간다
화이트 크림을 발라 보지만
여전히, 검은 점백이
세월의 자국으로 남아 있다

어느 날 인가
휴지에 락스를 발라 둔 채
하룻밤 지나고 나니
곰팡이가 죽었는지
실리콘은 새것처럼 하얗게 되었다

육신의 이곳저곳 검버섯 필 나이
곰팡이 없애듯
검버섯에 락스라도 뿌려 없애버리고 싶다
삶의 자국 늘어 갈 때마다
검버섯에 대한 집착이
깨달음 같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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