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봄날 봄날 김은자꽃이 핀다는 것은 봄앓이가 시작되었다는 것인가 속내를 밖으로 밀어 낸 붉은 분홍 하얀 꽃을 보는 날도 있고 쑥꾹새 울음소리 고함으로 듣는 날도 있고 그냥저냥 사는 것이 시들한 날도 있다 언 땅에서 나무 몸에서, 꽃망울이 돋는 것은 숨겨진 지난날 기억을 방기하는 것이다 비에 젖어 .. 자작시 2008.04.30
[스크랩] 생강나무꽃 같은 /김은자 생강나무꽃 같은 /김은자 생강나무꽃 같은 김은자 이른 봄날, 뒷목이 뻐근하여 찾아간 수영장 조이는 듯한 옷도 더러 훨훨 벗고 살 일이다 살면서 몸에 걸친 이파리 내려놓듯 눈앞이 침침해 썼던 돋보기, 보청기 벗어놓고 물안경에 노란 수영모 착용한 노인들 마치 한꺼번에 일제히 켜든 생강나무 꽃 .. 자작시 2008.01.11
[스크랩] 벚나무 잎 ☆━┓☆━┓ ☆━┓ ☆━┓ ☆━┓ ☆━┓ ☆━┓ ☆━┓ 벚나무 잎 김은자 꽃빛 몸짓을 보며 바람을 일으킨다고 하였다 꽃핀다는 신호를 보내며 봄날 한때 어수선을 떨었다 한 사나흘 반듯하게 피었던 적 있던가? 한잎 한잎 바람에 휘둘려 호륵 호르륵 꽃 거품을 물고 스러진 벗나무 패배였나? 나들.. 자작시 2007.10.22
[스크랩] Re:간이역 간이역 김은자 생맥주집 간이역에 도착하자 흑백의 사진 한 장, 기억에서 잊히려는 현동역 뭉텅뭉텅 떨어져나간 콘크리트 계단을 내려간다 낡고 긴 나무 의자 서너 개, 톱밥난로를 에워싸고 있다 벗겨진 페인트칠에 빛바랜 작은 창문 넘어 기차표를 사고 비둘기 열차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기차는 도.. 자작시 2007.08.01
막장의 노을 막장의 노을 김은자 석탄을 캐다 돌아가신 아버지 섰던 그 자리에, 겨드랑이 사이로 거뭇거뭇 풀무더기 자랄 때 막장에 들었다 열다섯 욕망이, 한 줄기 바람결에 은밀한 몽정에 닿았다 광부를 선택하고 갱도 안으로 수십 년 보안경과 마스크를 쓴 채 오랜 시간 머물렀다 지층에서 매몰되었던 벽이 한.. 자작시 2007.02.26
배불뚝이 항아리 배불뚝이 항아리 김은자 국립묘지 정문 앞 골동품 가게에 오래되고 손때 묻은 희귀모형품 옻칠장롱, 반다지, 약장, 진열실에 즐비한데 식솔 많은 집 장독대 위에 가득하던 오래된 배불뚝이 항아리를 본다 물레 돌리며 치고 돌리고 두드렸을 몸뚱이 잉걸불 지필 때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견디었을 며.. 자작시 2007.01.15
인체자연발화* 인체자연발화* 김은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들을 보면 나무처럼 잎을 틔우고 숲을 이룩하며 무성해지다가 단풍들면 세포들이 죽어가듯 어느 순간, 몸에 화염을 일으키며 죽음 맞는 X파일 사람들 그들의 죽음과 관련하여 세간에서는 알코올중독이나 비만, 정전기 혹은 세포분열이 발화의 원인일 수 .. 자작시 2006.09.14
비문증* 비문증* 김은자 눈에 번갯불을 일으키며 아찔한 순간 각막에 외부 충격이 있던 날 허공에 날아다니는 실오라기 같은 점들 잡으려 '눈사랑안과'를 갔다 눈의 유리체가 혼탁하여 나타나는 일종의 내시현상이란다 눈앞에 아지랑이 같은, 날파리 같은 것이 가물거리면 날아다닌다는 말에 의사는 몇 마리.. 자작시 2006.09.03
루오의 마을 루오의 마을 -루오 전시회를 다녀와서- 김은자 장맛비 들이키고 제 몸을 열어 능소화, 목백일홍, 가시연꽃이 핀다 초록빗물 내려 황톳길을 쓸고 그들을 덮친다 떠내려가는 집들, 휑하니 쓸고 간 농가 안방 한복판으로 새물길이 흘러내린다 어찌해 볼 도리조차 없다 그가 쐐기풀 숲에서 나올 때 죽음은 .. 자작시 2006.08.05
거울을 볼 때마다 거울을 볼 때마다 김은자 십 년째 그녀의 마법에 걸려 가위 소리를 들었다 머리카락도 성장통을 앓으면서 길이가 자란단다 단골로 다니던 동안 미장원 숙이에게 머릿속을 다 드러내 놓고야 말았다 수많은 길이 있어도 직업인 미용사는 기능이 아날로그란다 페스탈로치 학습법을 배우지 않았고, 플라.. 자작시 200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