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배불뚝이 항아리

sala 2007. 1. 15. 20:19
 

     
     배불뚝이 항아리 

                                               김은자

    국립묘지 정문 앞 골동품 가게에
    오래되고 손때 묻은 희귀모형품
    옻칠장롱, 반다지, 약장, 진열실에 즐비한데
    식솔 많은 집 장독대 위에 가득하던
    오래된 배불뚝이 항아리를 본다
    물레 돌리며 치고 돌리고 두드렸을 몸뚱이 
    잉걸불 지필 때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견디었을 며느리들의 손때 묻은 장독
    골동품 가게 노상에서 부른 배 끌어안고
     
    한때, 뜨겁게 타오르던 장작불 속에 
    몸서리치며 벗어던진 저녁 무렵
    너무 뜨거워 온몸을 타오르는
    차디찬 땀방울이 물큰 만져진다
    잦아드는 세월 보내고 
    눈보라 받아들여 활활 치솟는 불길
    간장 된장 대신 얼음으로 가득 채운 채
    신세계미술사의 새로운 길을 지피고 있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Re:간이역  (0) 2007.08.01
막장의 노을  (0) 2007.02.26
인체자연발화*  (0) 2006.09.14
비문증*  (0) 2006.09.03
루오의 마을  (0) 200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