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권하지 않았다
김은자
누렇게 변색된 벽 칠하던 날
묵은 먼지 날리며 사포질을 한다
페인트 칠할 때마다 육신의
이곳저곳 욱 하는 비명소리
탁한 막걸리 한 사발 김치 한 쪽
술 한 잔 권하지 않았다
넓혀진 길도 없는 대열 속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 뒤따라오던 후배
빗금 친 벽 뛰어넘지 못해
먼지를 뒤집어쓴 나의 어깨 너머
에는 듯한 매서운 추위 몰려 와
괴롬과 고통을 안주삼아
깡 소주 한 잔 권하지 않았다
복개도로 하수구안의 세상 청소하던 인부들
흐르던 물 따라 표류하듯
끈적끈적한 하루 벗으려
천변에 즐비한 포장마차 77번으로 몰려든다
닭발, 골뱅이, 꼼장어 안주로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지만
내 몸에게 한 잔 권하지 않았다
변두리 같은 삶이 범람하고
가던 길마다 어둠이 가로 지른다
취객들의 서러운 발자국
한 잔의 술에 널부러진다
하수구로 쏟아 붓고, 하늘 향해 외치는 고함소리
네온사인 호화로운 카페 클래식음악 흐르는 주점에
분홍빛 와인 한 잔 내게 권하지 않았다
네게 술 한 잔 권하지 않은 것이
내가 아니라 한 잔의 술이니
술이 탁한 것이 아니라 내가 흐려 탁한 것이니
복개도로 아래로 흘러가는
놓쳐버린 세월 따라
나에게 술 한 잔 선뜻 권해볼까?
김은자
누렇게 변색된 벽 칠하던 날
묵은 먼지 날리며 사포질을 한다
페인트 칠할 때마다 육신의
이곳저곳 욱 하는 비명소리
탁한 막걸리 한 사발 김치 한 쪽
술 한 잔 권하지 않았다
넓혀진 길도 없는 대열 속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 뒤따라오던 후배
빗금 친 벽 뛰어넘지 못해
먼지를 뒤집어쓴 나의 어깨 너머
에는 듯한 매서운 추위 몰려 와
괴롬과 고통을 안주삼아
깡 소주 한 잔 권하지 않았다
복개도로 하수구안의 세상 청소하던 인부들
흐르던 물 따라 표류하듯
끈적끈적한 하루 벗으려
천변에 즐비한 포장마차 77번으로 몰려든다
닭발, 골뱅이, 꼼장어 안주로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지만
내 몸에게 한 잔 권하지 않았다
변두리 같은 삶이 범람하고
가던 길마다 어둠이 가로 지른다
취객들의 서러운 발자국
한 잔의 술에 널부러진다
하수구로 쏟아 붓고, 하늘 향해 외치는 고함소리
네온사인 호화로운 카페 클래식음악 흐르는 주점에
분홍빛 와인 한 잔 내게 권하지 않았다
네게 술 한 잔 권하지 않은 것이
내가 아니라 한 잔의 술이니
술이 탁한 것이 아니라 내가 흐려 탁한 것이니
복개도로 아래로 흘러가는
놓쳐버린 세월 따라
나에게 술 한 잔 선뜻 권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