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sala 2005. 12. 29. 10:22

  

        김은자

       

      누가 저 하늘에 도미를 키웠던가


      굵은 눈발 전국을 휘몰아친다


      희나리 흰 비늘 벗겨 땅으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진다


      짧은 스포츠머리 군 입대를 할 아들


      도미 회를 먹고 횟집 문밖에서


      쏟아지는 비늘을 뒤집어쓴 어미


      아들과 어미는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비늘 수만큼 빤짝이는 아들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 속에서


      훈련소까지 따라 가겠다는 어미를 뿌리치며


      헤어지는 장면을 만들지 말자던


      싱싱한 도미 한 마리


      빨간 눈을 끔벅이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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