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사에서/김은자
망해사에서
김은자
감나무 위에 까치밥 두어 개 남겨 두고
굽이굽이 산허리 휘돌아 마지막 낙엽 되어 만나는
풀빛 가득한 바다
암벽 타고 기어오르듯이 앉아
아득한 수평선 바라보던 망해사
온갖 망상을 솔바람으로
갖은 번뇌를 해풍으로 감싸 안고
추녀 끝 풍경은 한 점 없는 바람을 타고
들리듯 들리지 않는 선방의 목탁 소리
묵향에 어울리던 길손을
섬돌 위의 하얀 고무신으로 마중 나와
거꾸로 달려 가는 동자스님의 해맑은 미소
고목의 전설을 품은 느티나무 아래
겹겹이 낙엽 서걱이고
짭짜란 해초 내음
탁엽 태우는 매콤한 내음
녹차 향되어 손에서 가슴으로 고요히 흘러
짧은 만나 긴 여운이 바다처럼 출렁인다
일어서는 길손을 보듬으며
장삼자락 안에 바람을 잠재우는 스님따라
고요한 외기러기 탑돌이를 한다
**군산 바다를 마주하는 망해사
**아무것도 없으면서 속이 꽉찬 곳이 산사인것 같은날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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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늦가을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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