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벚꽃지던 날

sala 2006. 4. 26. 17:37


   벚꽃지던 날
                          
                                 김은자

벚나무 꽃사태 이루는 거리
수십 년 피고 쉬지 않고 핀
꽃, 머리 위 가득 피운 노인
지난 신문 켜켜 유모차에 올려놓고
길고 긴 편도 10차선 속
리허설 없는 단 한 번의 연극 진행된다
무작위 끌고 끌려가다
질주하는 차량에 휘청거리다
헤어나지 못한다


몸짓 큰 유조차 고함소리에
벚나무 기우뚱하며
꽃잎 무너져 내리는 거리
젊은 날의 신문 속 뉴스
총총히 걸어 나와
차량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노인의 몸에서 팔에서
꽃이 피었다가 호르륵 호륵 떨린다

 

<시집:늦가을호수, 엠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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