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오존 주의보2

sala 2005. 12. 10. 11:42
오존 주의보2 /문정영

1
내가 자주 가던 병원의 흰 건물에도
오존주의보의 깃발이 걸렸다
체온계를 입 속에 끼워주는
간호사의 얼굴이 푸석 이는 나뭇잎으로 흔들린다
의사의 진단이 어려운 문자로 쓰여질수록
병명은 짙은 스모그에 묻히고,
나는 좁은 병실의 한 귀퉁이에 도막난 나무둥치처럼 눕는다
금간 유리창 너머로,
제 몸을 칭칭 감은 깃발이 비틀거리고
환자를 실은 자동차의 행렬이 섰다가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고층빌딩에 좁아진 도로가
가끔씩 협심증을 일으키며 병원입구로 들어온다
늘어나는 자동차에 가위눌리듯
식은땀을 흘리며

2
멀쩡한 사람들이 사가는, 병원 입구의 꽃집이
오늘은 문을 닫았다
물 뿌리면 싱싱해야 할 화초들
흐린 햇살이 다가갈수록 입을 굳게 다문다
누군가 묶어 둔 안개꽃과 장미가
시든 채 벽에 걸려 있는 꽃집을 지나오면서,
우리의 미래가 그 곳에 참담하게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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