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숨비기꽃

sala 2006. 4. 25. 09:05
숨비기꽃 사랑
송수권

    칠월의 제주 바닷가 숨비기꽃  
    숨비기꽃 피어나면  
    섬 계집들 사랑도  
    피어나리  
    작열한 햇빛 입에 물고  
    전복을 따랴, 미역을 따랴  
    천 길 물 속 물이랑을 넘는  
    저 숨비기꽃들의 숨비소리  

    아직 바다가 쪽빛이긴 때이르고  
    오명가명 한 소쿠리씩  
    마른 꽃을 따다가 베갯솜을 놓는  
    눈을 끝에 비친 사랑아  

    그 베개 모세혈관 피를 맑게 걸러서  
    멀미 끝에 오는 시력을 다시 회복하고  
    저승 속까지 연보라 燈을 실어놓고  
    밝은 눈을 하나씩 얻어서 돌아가는  

    시집갈 땐 이불 속에 누구나  
    藥베게 하나씩 숨겨가는  
    그 숨비기꽃 사랑 이야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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