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소주병

sala 2006. 1. 19. 20:25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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