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스크랩] 차 한 잔

sala 2005. 11. 1. 23:21
                        차 한 잔
                                     - 김 은자 -
                깍아지른 암벽 기어오른 둥지 하나
                풀빛으로 채색한 바다
                꾸불텅한 길 따라 앉은 망해사
                산방을 열고 가부좌 틀고 앉는다.
                다기를 닦으시는 스님의 손길
                찻잎 다다 멍석에 궁글리고,
                가마솥에 볶고, 말려둔
                향기가 말씀처럼 정결하다.
                나를 엿보고 찻잔을 돌리신다.
                쏟아지는 햇볕마저 바다에 앉고
                고목느티나무도 침을 삼키며
                묵상이 마음속 깊이 잠기게 한다.
                안으로 안으로 감긴 이파리
                파도를 타고 온 햇볕에
                끊인 물 식혀 
                한 줌 찻잎 띄운다.
                느린 걸음처럼 
                푸른 뭉게구름
                피우며 피어난다 속내
                차 한 모금 눈빛으로 마신다.
                들리듯 들리지 않은 
                선방 목탁소리
                제 몸에 묻고 
                한 모음 가슴을 적신다.
                장삼자락 
                어른거리 듯
                차 한잔에도 취하니....
                                 -늦 가을 호수에서-


출처 : 늦가을 호수
글쓴이 : 김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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