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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위에/김소월

sala 2005. 9. 18. 17:10


 
 山위에...김소월
 山 위에 올라서서 바라다보면
 가로막힌 바다를 마주 건너서
 님 계시는 마을이 내 눈앞으로
 꿈 하늘 하늘같이 떠오릅니다
 흰 모래 모래 비낀 船倉가에는
 한가한 뱃노래가 멀리 잦으며
 날 저물고 안개는 깊이 덮여서
 흩어지는 물꽃뿐 안득입니다
 이윽고 밤 어두운 물새가 울면
 물결조차 하나 둘 배는 떠나서
 저 멀리 한바다로 아주 바다로
 마치 가랑잎같이 떠나갑니다
 나는 혼자 山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해 붉은 볕에 몸을 씻으며
 귀 기울고 솔곳이 엿듣노라면
 님 계신 窓 아래로 가는 물노래
 흔들어 깨우치는 물노래에는
 내 님이 놀라 일어나 찾으신대도
 내 몸은 山 위에서 그 山 위에서
 고이 깊이 잠들어 다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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