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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

sala 2005. 9. 11. 00:17
 

폐차

                    김은자


아파트 담장 따라 건능5길 걸어가며 

충정노인정 앞 유리가 산산이 깨어진 승용차 한 대

지나다니던 소란 속에서

수개월째 요지부동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을 왈칵 열어 제친 바람 한 점

울타리 조경수 나무에 머물자

일시에 살구가 지천으로 떨어져 나뒹군다

상처의 얼룩무늬 폐차 아래로 굴러 

충정노인정 노인들 앞에 머문다

무심코 살구를 따르는 눈빛 너머

내리막길로 가다 막다른 곳이며

어디든지 박혀 주저앉고 싶다

수코양이 솟구치던 발정으로 울부짖을 때마다

분홍꽃잎으로 휘날리던 날 더듬으며

폐차 주인을 찾고 있다


구청에서 날아온 A4용지의 삼엄한 경고문

폐차하리라는 엄포에도 숨이 멎은 듯

건능5길에 멈추어 빠져 나가지 못하리





2005.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