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새하얀 오선지 위에
먹 빛 점하나
곱게 찍는 것과 같음입니다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이름
셀 수도 없을만큼 누르고 찍었던
마음 속의 전화번호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은 무얼하고 있을까
그 누구도 나처럼
나를 생각하며 이 창가에 섰을까
갈등하고, 고민하고, 그리워하며
여린 속내 가득 마음 아파하는
그런 것들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집착을 예쁘게 포장한 다른 것들
아집의 위치만을 이동시킨 또 다른 것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겉치장에 불과한 사치스런 감정들
그런 것들 역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모든 것들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등에 무거운 돌멩이 하나
짊어지고 가는 것과 같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