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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향기 날리며

sala 2005. 6. 11. 18:59
      아카시아 향기 날리며
      아카시아 향기 바람에 날기며
      노인들은 짐을 싼다는 이야기가 있다
      음력 1905년 4월 30일생 할머니
      망망대해에 한척의 배이다
      지내온 세월은 잔잔한 파고의 꿈과
      거친 파도의 발자국
      혼적 없이 살아지는 삽질에
      옥토는 그대로인데 하늘이 뒤집어진
      귀인이 죽던 날 북향으로 사배를 하신다
      나리를 껵은 서러운 날 돌아보며
      불볕더위 속으로 꼬리에 꼬리 문 피서 행렬
      난리 난리가 났다고 한 말씀 던지신다
      무쇠 솥에서 전기밭솥 보시며
      놀라운 세상이라야, 참 신기하고 묘하다며
      밥상에서 콩 고르시는 투박한 손
      가슴엔 자식들 묻고 곡기마저 끊으신 채
      유언 한 말씀 던지신다
      가게 나두어라
      며느리가 준비한 수의를 입으시고
      연듯빛 산야 연실 아카시아 향기 피우던
      1995년 음력 4월 30일 아흔의 생신날 아침
      개나리 공원 새집으로 들어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