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능소화

sala 2006. 7. 21. 09:37
능소화
                                 김은자




조치원 가는 1번 국도변
여름의 숲은 진녹색으로 깊다
장맛비 한때 지나간 시외버스 정거장
허름한 시골상회 사립문 밖
주홍빛으로 뿜어낸 능소화 무더기를 본다
전설 속에는 임금의 사랑 받지 못한
궁녀의 한이 서린 꽃
죽은 나무 한 그루에
덩굴지어 올라 신음소리 낸다
꽃의 수술에 독기가 있어
더 이상 갈 수록 실명한다는 꽃
내리꽂힌 자리마다 꽃바람 일렁인다


가슴 기댈 곳을 찾는 저 허공의 덩굴
고사목을 오르며
얼기설기 자리를 편 주황빛 꽃망울
비바람 거칠게 휘날려도
매듭 풀 수 없었던가
고목에 잎이 돋기를 기다리며
하늘의 꿈을 꾸며
사랑받고 싶었단다  
생떼로 와르르 쏟아지는 저 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