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뻥치는 봄

sala 2006. 4. 7. 16:12

뻥치는 봄
                                          김은자

 

일주일마다 열리는 아파트 골목 수요장터
한 귀퉁이 뻥튀기를 튀겨내는 아저씨
잠자는 대지를 깨우려는 듯 부산하다
깡통 가득 씨앗을 가득 담아
뻥튀기 기계에다 붓는다
헐벗던 시절 요긴한 간식이 되었던 뻥튀기
연료가 되었던 장작은 보이지 않고
오래된 뻥튀기 기계, 그 곁에 쭈그려 앉아
푸른 불빛 뿜어내는 가스불을 지핀다
물레방아 같은 물굽이 세월 돌리면
신열을 앓던 앙상한 나무 추위에 떨다가
고소한 봄 냄새 모락모락 뿜는다

 

춘삼월의 봄, 꼼지락거릴 때마다 
아파트 매화 목련 산수유에게 고함을 지른다 
뻥이요!
자지러지면 깨어나는 매화나무
옥수수 씨앗, 팝콘으로 오글오글 수다를 떤다
뻥이요!
지난 설날에 먹다 남은 떡첨
목련나무에 무더기무더기 등불을 켜드는데
뻥이요!
서리태 콩, 산수유 꽃망울로 멍울멍울 매달린다

 

길고 긴 봄을 기다리다
두말 가웃 되는 아저씨의 환한 웃음
잠깐 봄볕에 졸다 깨어보면
희디흰 꽃그림자만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