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의 신발들 / 신경림
50킬로도 채 안 되는 왜소한 체구를 싣고
꽤나 돌아다녔다, 나의 신발들.
낯선 곳 낯익은 곳, 자갈길 진흙길 가리지 않고
떠나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하면서도 그것들이 닳고 해지면 나는 주저 않고
쓰레기 봉지에 담아 내다버렸다. 그 덕에
세상 사는 문리를 터득했다 고마워하면서.
이제 와서 내다버린 그 신발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세상사는 문리를 터득한 것은 내가 아니고 그
신발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신발들에 실려 다니기 이전보다
지금 나는 세상이 온통 더 아득하기만 하니까.
그래서 폐기물 처리장을 찾아가 어정거리는 것인데,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 내 헌 신발들과 함께
버려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 사는 문리를 터득하고자 나섰던 꿈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