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스크랩] 생강나무꽃 같은

sala 2005. 11. 1. 23:18
생강나무꽃 같은/김은자



      생강나무꽃 같은/김은자


      이른 봄날, 뒷목이 뻐근하여 찾아간 수영장
      조이는 듯한 옷도 더러 훨훨 벗고 살 일이다
      살면서 몸에 걸친 이파리 내려놓듯
      눈앞이 침침해 썼던 돋보기, 보청기 벗어놓고
      물안경에 노란 수영모 착용한 노인들
      마치 한꺼번에 일제히 켜든 생강나무 꽃 같다

      삶의 망울 터뜨리던 그루터기마다
      등이며 허리 부항 뜬 자리
      군데군데 죽음의 흔적이 까맣게 박혀 있다
      씨실과 날실로 박음질한 수술자국 엿보니
      물살이 닿을 적마다 가느다란 파랑이 인다

      푸른 타일 깊숙이 양수 품은
      사각의 홀(hall)을 들락날락 하고있다
      눈부시도록 잔잔한 파동의 음계를 따라
      움켜쥐고 있던 손과 절룩거리던 다리
      물 속에서도 뒤뚱거리며 산길 걷는다
      완강하게 박힌 플라스틱 라인 헤치며
      생강나무 맵짠 가지 끝에 닿기 위해
      삭이고 삭인 세월, 귀 적시며 풀어놓는다

      이따금 적막한 뻐꾹새 울음 스친다
      생강나무꽃 피운 그늘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노라면
      허벅지까지 물을 채운 작은 홀(hall)에서
      재잘대며 수영하는 아이들 소리가 난다
      잎보다 먼저 피어 나폴거리는
      계곡을 점령한 시간, 끌어다 안으며
      한 생의 시큰한 흔적, 물소리마저 깊어가리라


      ♣약력:
      경북출생
      글짓기 지도사
      (현) 연기도서관 어린이 독서지도사
      mbc문화방송'화이팅 우리가족'글짓기 입상
      [동시대]동인
      문학저널 (시) 신인상 수상
      [글벗문학회]동인
      2003년 cj 전국 백일장 시부분 입상
      2004년 충남대학교 인문대학부 주부백일장 시부분 장원입상
      "늦가을 호수"출간


      ★ "늦가을 호수" 중에서 ★

출처 : 늦가을 호수
글쓴이 : 김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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