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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오광수

sala 2005. 8. 8. 12:21


      청포도
      
                                        오광수 
      푸른 마음은 아직 여려 
      모진 말 한 마디에도 받는 상처 
      부끄러움에 남의 시선도 
      자기만 보는 것 같아 따갑기만 하고 
      햇살 따숩게 손등에 앉으면 
      소망의 밀어(蜜語)로 가득 채워져 있는 
      꿈 길을 걸어봅니다. 
      며칠 전부터 노래로 유혹하는 
      개울 건너 약장수 구경가려고 
      피부 가무잡잡한 아이가 건네준 
      뽀얀 분가루를 바르고 또 발라도 
      그 애같이 티가 나지 않아 속도 상한데 
      유난히 하늘이 까만 오늘 밤 
      툭 하고 떨어지는 별똥별에 깜짝 놀라 
      뛰는 가슴 지나간 뒤엔 더욱 그리운 님의 얼굴 
      가만히 온 바람도 님의 입술인 양 느끼는데 
      얇디 얇은 밤안개 옷 허리 두르고선 
      땀 젖어 누워있는 산마루 넘어 
      활짝 웃으며 언제 오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