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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빼기 집/정원재

sala 2005. 6. 11. 11:00
즐거운 주말 되세요



      
    과녁빼기 집 
               글/ 정 원재 
    열두 살 까까머리 
    책보 등에멘 사내아이가 
    학교 뒷산 소나무 사이 가풀막을 
    턱을 가슴에 붙이고 기어오르면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고갯마루 
    거기서부턴 우리 동네였다. 
    동구 안으로 한 발짝 서뿟 들이밀면 
    돌무덤 같은 울멍둘멍한 실개천이 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 메기가 많이 잡히는 물굽이 여울목엔 
    누나가 빨래하던 곳 
    높으락낮으락 한 밭고랑을 지나서 
    잔솔 나무 울창한 산기슭엔 보아란 듯이 
    빨간 양철 지붕이 나타나고 
    과녁빼기 우리 집엔 저녁밥 짖는 연기가 
    몽실 피어오른다. 
    연기가 희고 맑은 것은 
    참나무 장작이 괄게 타고있을 것이다. 
    탁 탁 소리를 내며 타는 참나무 굴피 속에는 
    이름 모를 애벌레가 익어가고 
    엊저녁처럼 해가 공동묘지 거북 바위에 
    아쉬운 듯 멈칫 쉬어갈 즈음 
    과녁빼기 우리 집 가마솥에는 
    파실 파실 감자가 다 익었을게다. 
    2005.4.14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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