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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오는 날이 좋아좋아
sala
2005. 5. 25. 15:10

도시에 살 때는 비오는 날이 싫었다.
질척거림이 싫었다.
하지만 시골에서 비오는 날은 쉬는날이다.
처마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종일 <노자를 팔아먹는 남자 그 남자를 팔아먹은 여자>라는 책을 읽었다.
철학을 좋아하는 야학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인데
별로 어렵지않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니 이제 두뼘 쯤 큰 더덕잎에 얹혀있는 빗방울들이
또 카메라를 들게 한다.




장독옆에 오종종 금주머니를 달고 한창 피고 있는 금낭화가 싱그럽다.
주머니마다 빗물을 가득 머금었다.
요술같은 카메라 렌즈 속 세상에 이끌려 나는 어느새 건너편 나막신골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아름다운 수채화며 동화속 노랫소리이다.
길가에 새워진 자동차의 빗방울들도

비포장길에 있는 물 웅덩이 속 또한.....


가물어 쩍쩍 갈라졌던 나현이네 논 바닥에 물이 그득히 고여있다.
물을 잘 가두어 이 비가 그치면 이제 모를 심을 것이다.

집을 잃은 커다란 달팽이 한마리가 바위이끼에게 길을 물어 본다.

집을 잃은 커다란 달팽이 한마리가 바위이끼에게 길을 물어 본다.

< 몰라 몰라 나도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엊그제는 네가 지고 다녔었잖아>



비에 젖은 나막선골의 낙엽송은 춤을 너무 추어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질 못하였다.
아스팔트를 깐 큰길에는 엄청나게 많은 개구리들이 올라와 있다.
따뜻해서 그런다던가 어디에서 읽었는데 생각나질 않는다.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
비오는 날도 노을을 볼 수 있다.
바로 이모습이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 배따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