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바 거리
김은자
통행을 차단하는 붉은 삼각대
길을 막고 우회좌회를 손짓하며
줄지어 선 보도블록이 뒤집히기를 시작한다
길을 끊는 퍼렇게 날 세운 톱날
칙칙 검은 물 솟구쳐 뿜어대는 낯선 풍경
금간 아스팔트 틈서리에
풀포기를 키웠던 도로가 잘린다
흔적 없이 길이 길을 잃는다
터가 구멍이 나고 뻥 뚫려
여기저기 누덕누덕 기워놓은 길
적절히 염려 말라 고개 흔들어 보일 때
허물어진 땅의 여백을 채우느라 부산한 거리
통째로 땜질한 품바가 되었다
TV ‘동행’에서는 오갈 데 없어
무너지고 허물어진 길 위
하늘 보이지 않고 노숙을 하는 일가족
구멍난 거리에서 길을 잃어 넘어지고
파고드는 찬바람 한 스푼씩 퍼내고
길바닥에 달라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