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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바 거리

sala 2008. 12. 26. 18:39

 

 

품바 거리

김은자


통행을 차단하는 붉은 삼각대

길을 막고 우회좌회를 손짓하며

줄지어 선 보도블록이 뒤집히기를 시작한다

길을 끊는 퍼렇게 날 세운 톱날

칙칙 검은 물 솟구쳐 뿜어대는 낯선 풍경 

금간 아스팔트 틈서리에

풀포기를 키웠던 도로가 잘린다

 


흔적 없이 길이 길을 잃는다

터가 구멍이 나고 뻥 뚫려

여기저기 누덕누덕 기워놓은 길

적절히 염려 말라 고개 흔들어 보일 때

허물어진 땅의 여백을 채우느라 부산한 거리

통째로 땜질한 품바가 되었다


TV ‘동행’에서는 오갈 데 없어

무너지고 허물어진 길 위

하늘 보이지 않고 노숙을 하는 일가족

구멍난 거리에서 길을 잃어 넘어지고 

파고드는 찬바람 한 스푼씩 퍼내고

길바닥에 달라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