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스크랩] 봄날

sala 2008. 4. 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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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김은자
      꽃이 핀다는 것은 봄앓이가 시작되었다는 것인가 
      속내를 밖으로 밀어 낸
      붉은 분홍 하얀 꽃을 보는 날도 있고
      쑥꾹새 울음소리 고함으로 듣는 날도 있고
      그냥저냥 사는 것이 시들한 날도 있다
      언 땅에서 나무 몸에서, 꽃망울이 돋는 것은
      숨겨진 지난날 기억을 방기하는 것이다
      비에 젖어 잔기침을 하는 벚나무는 더욱 검어 
      향기보다 더 빨리 길을 바꾸어 버린 국회 앞 벚꽃 길
      붉은 개미군단이 진딧물을 빨아 먹느라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며 남긴 상처에 콘크리트가 박혔다
      하루살이 떼서리로 등불을 걸어
      몸을 열어젖히자 온 동네 소문이 분분하다
      터진 꽃밥을 들고 꽃내음 한 입 들이마신다
      넘나드는 벌 나비에 휘둘리며 
      풀어놓은 거리가 출렁거린다
      꽃무덤 걷어찰 때마다 진저리치는 이파리
      끝자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매달렸다
      흙바람 일으키며 단숨에 떨어져 달라는
      바람의 말을 한 잎 가득 삼킨다
      하르르 떨어진 파편이 지천으로 몸살을 앓았다던가
      침묵 속에 희번득이는 꽃그늘
      봄날의 기별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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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갈마탁우회
글쓴이 : 탁숙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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