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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 황송문
sala
2008. 1. 8. 16:43
우렁이 / 황송문
우렁이
황송문
내사 암시랑토 않응깨
어여, 니네들이나 잘 살어!
폐가라고는 하지만
아적은 맘 편히 건사헐 집인개
내사 걱정 말고 어여 떠나랑개 그래
내사 집 지녔것가, 텃밭 있것다,
남새랑 가꿈서 사는디 머가 걱정이여
선산도 둘러보고 벌초랑 함서
아주 쉴 자리도 둘러볼 거그만.
우렁이도 새끼에게 파 먹히고 나면
빈 껍질만 물에 떠내려갈 적에
새끼들은 우리 엄마 가마타고 시집간다는디
그래도 내 새끼들은 모두 다 효자제.
시골에 버려두고 찾아오지 않아도
우리 아들딸들은 모두 효자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효자라고 하더니
명절날 아침 우렁이 껍질로 떠내려갔네.
내사 암시랑토 않은깨
너들이나 우애 있게 잘들 살라고
손 저으며 저으며 영결종천,
그려도 보험금 타려고
에미 죽인 자식은 아닝깨
내 자식은 효자여, 효자라는디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여, 시방
쟁쟁한 목소리만 남기고 떠내려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