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의 노을
김은자
석탄을 캐다 돌아가신 아버지 섰던 그 자리에, 겨드랑이 사이로 거뭇거뭇 풀무더기 자랄 때 막장에 들었다 열다섯 욕망이, 한 줄기 바람결에 은밀한 몽정에 닿았다 광부를 선택하고 갱도 안으로 수십 년 보안경과 마스크를 쓴 채 오랜 시간 머물렀다 지층에서 매몰되었던 벽이 한겹 한겹 헐릴 때마다 사내는 면도를 했다던가 막장에서 흘러내린 검은 강, 줄기따라 소용돌이에 휘말린 적도 있단다 가파른 오르내리막 굴곡에 부딪치며 부서지며 젊음을 한때 콸콸 쏟았다 청정에너지 증대로 밀려나던 마 지막 막장에서 대뇌엽 발작을 일으켰다 그의 몸은 언젠가 보았던 우울이 깊숙이 스며든 처연한 노을이었다
하늘이 쏟아낸 온통 검붉은 도시에 필사적으로 노란 개나리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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